‘내 첫사랑은 가상 아이돌’은 근미래적인 소재들을 사용한 SF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전체 시놉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굴곡이 나름대로 긴장감이나 흥미를 끌기도 하여 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 상세가 그렇게 완성도 높지 않다는 거다. 소설에는 큰 분기라고 할만한 지점이 있고 그를 기점으로 분위기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그 사이를 썩 자연스럽게 잇지 못했다. 어째서 그런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 또 그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조금 뜬금없이 전환되는 느낌이 든다.

사용한 소재는 나름 흥미롭기는 하지만 애매하기도 하다. 다분히 SF적인 소재를 사용했으면서도 정작 담아낸 이야기는 지극히 판타지스럽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무속신앙과 영혼, 정신세계를 그린 것은 가상 아이돌을 시작으로 한 SF적인 장치들이 빛을 바래게 만든다.

로맨스로서도 썩 마뜩지가 않다. 애초에 둘이 서로에게 빠지게 된 것부터가 잘 와닿지 않는다. 둘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가를 굳이 파해쳐내려고 하면 그럴만한 경우가 전혀 없는 것까지는 아니다. 이렇고 저렇고 했다면 어쩌면 마음이 동했을 수 있겠다 싶은 지점이 (비록 옅지만) 있긴 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걸 쥐어 짜내 생각해내야 할 정도로 이야기를 통해서는 엿보기가 어렵다.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도 너무 빈약하다. 공감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그려낸게 없다보니 이야기에도 잘 몰입하기 어렵다. 몇몇 무리수인 부분들이 있어 더 그렇다.

소재나 그걸 이용해 이런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걸 풀어낸 이야기의 완성도는 아쉽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