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말라야’는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SF 소설이다.

표지

인간은 참 어찌 그렇게 어리석은지. 이미 유사한 사례를 여러번 겪어왔기 때문에 그 향방이 어찌될지 뻔히 예상할 수 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그런 건 마치 남들에게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저지르곤 한다.

소설에서도 그런 인간성은 여지없이 발휘되며 그 결과 세상이 대충 망하고 일부 고지대만이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버리는 사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만들어진 고지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 그 중에서도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소설은 군상극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2180년은 좀 애매한 년도다. 먼 미래가 아니라는 점은 과연 그때까지 소설에서와 같은 기술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까 싶게 하고, 엄청 먼 미래도 아니라는 점은 또 지금과는 크게 다른 사회가 그렇게 급격히 생겨날 수 있을까 싶게 한다.

이렇게 어중간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은 아마 저자가 과학적인 것이나 미래상을 그리기보다는 현재의 이야기를 좀 더 직접적으로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그걸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해버리면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국가 문제나 인종차별, 언론 플레이, 권력의 사유화 같은 것들은, 미래의 특정 상황에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피부로 맞딱뜨리고 있는 문제들이다. 그걸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금으로부터 죽 이어진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그 덕에 흡입력도 있는 편이다.

이야기도 잘 풀어냈다. 현대의 주요 이슈들을 한번 다 다뤄보겠다는 양 꽤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에 담았는데도 그것들이 어색하게 따로놀지않고 서로 잘 물려있다. 다분히 현실적인 내용들을 넣었다보니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물리는 느낌도 좀 있는데, 그래도 인간들의 욕망과 인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그것을 좀 희석해준다. 특별한 상황을 맞은 미래를 그린만큼 현실을 조금 비꼬아서 그린 것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민주주의를 모순적으로 그려낸게 재미있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 SF적인 설정과 사회 배경을 끼워넣은 것도 적당했다. 이런 식의 구성은 자칫 잘못하면 중간 중간 계속 치고들어오는 곁가지들이 정작 주요 이야기 흐름의 맥을 끊어버리게 되기 쉬운데, 그럴까 말까 하는 지점에서 잘 조정한 것 같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야기가 엄청 짜임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것도 있고, 맥거핀을 쓰려고 한 것 같으나 끝까지 존재감이 남아있어 미회수 떡밥이 되버린 것도 있으며, 끝에서 아직 크게 남아있는 것을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나 그럴듯한 SF 설정에 충분히 있을법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뒷목이 뻐근한 억지 없이 잘 그려냈기 때문에 상당히 볼 만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