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기생충(我媽媽的寄生蟲)’은 대만의 주목받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린웨이윈(林蔚昀)’이 자신의 가족사와 심리적 문제들을 기생충에 빗대어 쓴 자전 에세이다.

표지

시작은 ‘엄마의 기생충’이라는 독특한 얘기로 시작한다. 기생충학자인 저자의 엄마는 기생충을 사랑하기도 해서, 자기 몸속에 기생충을 키우기까지 한다. 그걸 소중히 하는 엄마를 보면서, 저자는 조금 질투도 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자기보다 더 중요하냐고 물어봤을까. 어떤 얘길 해도 엄마는 왜 기생충을 없애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딸의 행복을 위해 4년도 넘게 기른 기생충을 포기한다. 왠지 모를 승리감을 느낀 딸과 달리,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때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관심과 사랑을 요구한다.

얼핏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오고 외국 유학까지 간 저자는 꽤 남 부러울 것 없이 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속은 그렇지 않다. 정신이 어딘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도 (그런 저자의 눈에만 그렇게 비친 것인지 몰라도) 자식을 묘한 자세로 대한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자주 이상한 선택을 하고, 또 자해하기도 한다. 그러다 불안정하고 자신을 어찌할 수 없게 되면, 엄마를 찾아 도망치고 달라붙어 의지한다. 말하자면 자식인 저자 역시 일종의 ‘엄마의 기생충’인 셈이다.

그렇다고 계속 싫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기생 상태에만 계속 머무르지는 않는다. 병원 치료를 받고 상담을 하며 거부해오던 자신을 인정하고, 자식도 가지면서 이 누구보다 귀찮고 성가시고 신경 쓰이게 하는 기생충은 점차 성장하고 자립해 나간다.

이 책은 그러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과정과 변화가 있었는지를 쓴 것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독특한 책 구성이 눈에 띈다. 각 에피소드 제목을 기생충 또는 그와 관련된 것으로 정하고, 그것을 또 기생충의 성장 단계로 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에피소드는 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그것들이 자신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며 과거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놓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을 일종의 기생충처럼 비유한 것을 생각하면 꽤 의미 있다.

각각에서 풀어내는 지식과 이야기들은 흥미롭고 또 재미있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심한 정신증세는 잘 이해가 안 됐다. ‘선천적인 정신적 결함’이라는데 딱히 유전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대를 당하거나 그렇게 될 만큼 궁핍한 상황에 놓였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뜬금없는 행동들은 이상하고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름 성공해서 잘 사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단 생각도 든다. 그건 중요한 시점마다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때마다 엄마가, 아빠가, 애인이, 남편이, 그리고 자식이 있어서, 때론 그들 때문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들 덕분에 문제를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저자는 꽤 축복받은 게 아닐까.

나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기생충이었고, 또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