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빌라’는 혼자살이의 여러 면면들이 담긴 이한나의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수록작들이 하나같이 혼자살이를 그렸다는 건 아마 일부러 의도해서 그래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작가 자신의 살아온 경과와 경험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수록 작들은 하나같이 혼자서 사는 것으로부터 묻어나오는 어떤 쓸쓸함 같은 게 느껴진다. 심지어는 공포물에서도 말이다.

그런 암묵적인 공통점을 제한다면, 각각은 서로 썩 닮은 점이 없다. 장르부터가 그렇다. 그만큼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어떤건 웃기는 듯 하다가 웃픔과 한숨을 짓게 만들고,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언급하기도 하며, 때론 재미있는 상상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런 것을 만났을 때에는 작가가 하는 얘기와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로 잠시 빠져나가 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건 꽤 좋았다. ‘혼자’라는 공통점이 은근히 소설집에 전체적인 일관성을 주는 것도 괜찮았다.

각 소설도 단편에 맞게 잘 썼다. 소재도 독특하고, 짧은 길이게 맞게 이야기를 너무 벌이지도 않았다. 결말도 은근히 똑 부러지게 낸 편이다. 반전같은 게 있거나 한 건 아니라서 흐름이 눈에 보이고, 그래서 긴장감이랄까 놀람이랄까 그런 건 별로 없지만, 딱히 엄청 그런게 필요한 이야기도 아니어서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굳이 그러지 않았기에 더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문장력도 나쁘지 않아 읽기 좋다. 책도 얇고 가벼워, SF나 환상문학을 즐기는 사람이 가볍게 보기에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