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랜드: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서’는 가상세계를 소재로 한 창작동화다.

표지

아니, 이게 가상세계 소재로 한 것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소설에서 그리고있는 가상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이 실제 가상세계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나랜드의 기본은 VR기기를 통해 체험하는 일반적인 가상세계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그러나, 약간의 표현과 삽화 등으로 그렇게 추정할 뿐, 정작 더 중요한 가상세계 경험은 그렇지 않아서 근미래 메타버스가 아니라 일종의 이세계 판타지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가상세계인 나나랜드로 가는 게 기기를 통한 접속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완전히 이동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다, 기억을 팔아서 코인을 얻는다는 것도 VR보다는 마법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왜 굳이 이걸 가상세계를 소재로 한 근미래 SF로 그렸는지 의아하다. 그건 말이 안되는 반면, 악마가 만들어낸 이차원 놀이동산같은 마법적인 곳이었다면 차라리 더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나랜드에서 계속 있으려면 코인을 써야해서1 결국 기억을 팔아야만 한다고 한 것도 기업적이라기보다는 악마적인 것에 더 가깝다.

무려 교육을 모토로 하는 EBS에서 나온 책인데도, VR과 가상세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은 이 소설의 설정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

문장도 썩 좋지 않다. 말투가 숫자로 끝나거나 소수점까지 말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는데도 그런 (나오지도 않았던) 것을 예로 들며 뭔가를 설명하려 들기 때문이다. 아예 그런 얘길 하지 말든가, 진짜로 그런 얘길 집어넣었어야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서 우기기를 하면 어쩌란 말인가.

이야기 구성도, 뭔가 있는 것처럼 만화로 그려낸 프롤로그가 결국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점이나 대단히 크게 열린 결말로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처럼 끝내버린 점, 나름 사연이 있는 주인공 ‘미도’가 자신을 찾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관찰자일 뿐이라는 점 때문에 썩 좋다고 하긴 어렵다.

그나마 이야기 자체는 나름 흥미롭게 볼만하고, 주요 에피소드였던 요환이의 이야기는 그래도 잘 풀어냈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좀 더 높였으면 좋았겠다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SNS 게임에서 주로 과금 유도를 위해 도입하는 피로도 시스템을 변형한 것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