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와 카오루(ナナとカオル)’는 SM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연재 잡지가 청년만화지인 영 애니멀(ヤングアニマル)1이라서 그런지 수위도 굉장히 높고, 왠지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SM 자체에 집중하는듯한, 어째 좀 SM 입문서같은 만화다.

나나와 카오루 1권 표지

사건은 품행방정한 우등생 ‘나나’가 우연히 SM을 취미로 갖고있는 소꿉친구 ‘카오루’의 SM 물품을 구경하면서 벌어진다. 순식간에 곤란한 지경에 이르르지만 우여곡절끝에 상황을 넘기게 되는데, 그 후에도 왠지 둘이서 계속 SM 플레이를 하게 되더라는 그런 이야기.

작품은 SM을 다루지만 포르노로 보진 않는게, SM이란것만 잠시 치워놓고 보면 주인공의 감정 변화도 꽤 세세히 묘사하고있고, SM 플레이를 할 때도 ‘행위 그 자체’보다는 그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적인 부분’ 즉 교감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성적 자극만을 목적으로 만든 포르노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얘기다.

작가는 주인공들이 SM 플레이 중 어떤 부분에서 기분 좋음을 느끼는지, 또 그것이 어떤 행동과 생각, 감정들이 이어져서 생긴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그래서 SM 플레이로인한 거부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반대로, 어쩌면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연애물이고, 주인공들의 행위도 모두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도 또 다른것이, 정말 장난아니게 야하거든. 작가가 원래 성인만화쪽에 있던 사람이라 그런지 자세 하나 하나, 표정 하나 하나가 정말 대단하다. 여기까지 해버리면 플레이와 성행위, 성인물과 아닌것의 기준마저 헷갈린다.

SM 플레이 중 나나의 표정

이처럼 노골적인 성 묘사가 없음에도 엄청나게 야하다보니 청년만화라는 미묘한 분류가 없는 한국에서는 아예 ‘18세 미만 구독 불가’란 빨간 딱지를 붙이고 나왔다. 다행히, 출판사가 엄청나게 공을 들여서 이제까지완 달리 일본판보다 한국판이 더 나을 정도라더라고.2

뭐, 야한건 좋지만 노골적인 성행위는 싫은 사람에게 딱 좋은 수준이 아닐까 싶다. SM만 빼면 만화 분위기도 쫌 개그에 가까운데다가, 그렇게 무리한것도 없고, 무엇보다 일단 기본은 연애물이니까.

그 외에 보통은 경험치 못할 SM 플레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다양한 SM 도구나 행위에 대한 소개를 보는 재미도 있다.

아쉬운점은 뒤로 가면서 번역의 질이 떨어진다는거다. 어떻게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의미불명인 말들이 나오는가 하면, 기계번역기를 돌려 붙였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번역 실수까지 등장한다. 일본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때도 눈에 띌 정도라면 말 다 한것 아닌가. 원문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더 틀린게 있을지 모르겠다.

초심이란, 처음이 아니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초심인것인가. 아쉬울 따름이다.

  1. 일본 白泉社에서 나오는 청년 만화 잡지. 물론, 거의 속옷 차림인 여자 사진이 실릴 정도로, 다 큰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다. 그렇다고 성적인쪽만 있는건 아니고, ‘베르세르크’같은 것에서 ‘3월의 라이온’같은 것까지 다양한 작품을 싣고 있다. 

  2. 과거 이미지프레임에 올라왔던 소개글을 보면, 얼마나 갖은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페이지라 일부 이미지를 볼 수 없긴 하다만, 상당수는 남아있으므로 크게 지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