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는 오미야 에리 자신의 에피소드를 담은 일상 에세이다.

표지

먼저 들어오는 건 뭔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제목과 부제, 그리고 표지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처음 펼쳐지는 에피소드부터가 심상치 않다. 술 먹고 뻗어 기억까지 없어진 이야기라니. 심지어 기묘한 주사까지 있어서 기행을 벌이기도 한다. 아이고. 덕분에 신나게 웃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걸 풀어낸 문장도 좋다. 상황 설명과 대사, 독백을 오가면서 마치 만화를 보는 듯 묘사했는데, 이게 소위 일상물 웹툰을 보는 것처럼 다가와서 더욱 유쾌하게 느껴졌다.

사실 작가의 이런 행각들은 자칫 한숨을 쉬게 하거나 우울해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는 것들이다. 특히 그런 게 오롯이 자기 실수로 인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도 자기 혐오나 비관에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라고 낙관하며 실제로도 방법을 찾아내는 걸 보면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지.

이쯤에서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 속에 담긴 각종 실수, 그런 실수들을 안 해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차라리 얼마나 해봤나 생각해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적어도 한두 번은 해봤거나 해볼 실수들이라는 얘기다. 그렇다. 사실 잘 따져보면 작가는 ‘실수가 잦은 사람’이라기 보단 오히려 ‘실수를 잘 극복하는 사람’이다.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어떻게든 살고 있다고?
아니, 엄청 잘살고 있는데?

그런데도 작가의 실수담을 보면서 ‘이런 사람도 이렇게 잘 사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걸 보면, 이게 또 작가의 능력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냥 좋다. 재밌어서 좋고, 유쾌해서 좋고, 나도 한 번쯤 해봤을 실수를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하며 배울 거리도 얻는다. 그리고,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잘살고 있는 모습에 작게나마 뭔지 알 수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 이 작가의 에세이가 나온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후에 쓸 작품도, 이전에 썼던 작품도 앞으로 꾸준히 나와주면 좋겠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