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웅천왕의 나라’는 단군신화를 실제 인간들의 역사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새롭게 써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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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중에 단군신화를 모르거나 단군에 뿌리를 둔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걸 액면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으며, 대게의 ‘신화’가 그러하들이 큰 줄기 자체만 비슷할 뿐 비유나 상징을 통해 과장되고 꾸며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군신화를 좀 더 현실적인 역사로 해석해보려는 시도도 꽤 있다. 범과 곰이 인간이 되기위해 쑥과 마늘을 먹는 시련에 들었다가 결국 곰만이 인간이 되어 환웅과 맺어졌다는 이야기도 토템신앙을 가진 범족과 곰족과의 전쟁 그리고 부족통합을 위한 정략결혼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 한 예다.

이 소설은 그런 개별적인 내용의 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단군신화 전체를 일종의 침략사로서 다시 그려낸 것이다.

그렇다보니 군데군데 불편한 내용들이 많다. 우선 선민의식이 지나쳐 보이는 환나라의 설정부터가 그렇다. 나라나 역사의 흐름을 적은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떠올리게도 하며, 환웅이 새 나라를 찾아 떠나 정착하는 과정에서 벌이는 행위들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으로 펼친 것이라기엔 좀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민족마다 보이는 문화격차가 지나치게 큰 것이나 신화를 재해석한 일부 장면에서는 ‘좀 무리한 설정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한마디로 호불호가 크게 갈릴 소설이라는 얘기다. 단군신화를 새롭게 해석한 것 자체는 재미있게 볼 만하나, 그 세부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여겨지고 또 받아들여질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보다는 더 진실에 가까울법한 사실적인 소설이라고 소개한다만, 기본적으로는 픽션이라는 걸 기억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책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고조선을 뿌리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때나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되고 알려진 바는 없다는 거다. 심지어 유물 등 사료 역시 부족해서 단지 상상력으로 매꿔넣는 것밖에 못하는게 못내 아쉽다. 언젠간 그때의 역사도 밝혀지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