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노라(高橋 のら)’의 ‘고양이에게 GPS를 달아 보았다(猫にGPSをつけてみた: 夜の森半径二キロの大冒険)’는 한적한 산골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담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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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그것도 그저 건물이 높고 번화한 도시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무려 수백미터 내에 다른 집이 없을 정도로 한적한 산속으로 들어간 저자는 어쩌다가 고양이 여덟마리와 함께 살게 된다.

물론 고양이가 처음이라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고양이와 함께 이곳에 온 것도 아니고, 이곳에 올 때 고양이와 함께 살려고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여러 고양이들과 함께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애초에 이들은 모두 한적한 집 근처 산 어딘가에서 주워온 애들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우연히 마주치게된 들고양이(산고양이?)들을 맞이해 함께 살면서 조금씩 서로 알아가고 익숙해지면서, 때때로 각 고양이들의 개성적인 매력들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을 담고있다. 꽤나 실험적인 책 제목으로 호기심을 끈다만, 막상보면 실제로는 이미 그동안에도 꽤 많이 보아왔던 고양이 입양기의 하나란 얘기다.

하지만, 그런데도 의외로 신선한 맛이 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만을 배경으로 하던 기존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산과 들이라는 전에없던 넓직한 공간이 배경으로 야생성이 남아있는 들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그런가보다.

거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만 하지만, 그러면서 자연히 살고있는 곳이나 살아가는 모습도 조금씩 비춰지는데, 지금은 어느새 멀어져버린 옛스런 정취도 느껴져 괜히 향수를 일게 한다.

호기심을 당겼던 GPS 이야기는 그저 고양이들의 일화 중 하나로 짧게 소개한다. 그래도 몰랐던 일면을 보게되어 확실히 흥미롭기는 했다.

중성화를 했는데도 여전히 야생성을 보이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고양이들은 자연히 전에 읽었던 야생 고양이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현실성은 적은 판타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