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림’은 인공지능과 유전자조작을 소재로 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시작은 아마도 생명과학도인 저자가 고등학교때 썼던 소설인 듯하다. 이 책은 그것을 발전시켜 만든 한 완성본인 셈이다.

소설은 꽤 재미있는 여러가지 소재들을 한데 엮어 다루고 있다. 알파고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인공지능은 물론, 실제로 새끼 양을 대상으로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던 인공자궁과 윤리 문제로 실제 진척은 더딘 복제인간, 그리고 유전자조작과 그로인한 신인류 등 웬만한건 다 집어 넣었다.

거기에 비밀 조직까지 있는데, 이게 조금은 한때 미국에서 나찌 독일을 모든 사건의 흑막처럼 다뤘던 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던 것과는 괴리감이 있기에 현대를 배경으로 한 것 치고는 현실감이 크게 떨어지기는 하나, 개인적으로 이런식의 장치를 싫어하지도 않고, 각자의 이야기를 한데 묶는 역할도 나름 잘 하기에 썩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을 담아낸 이야기의 흐름과 문장력은 많이 아쉽다. 그래서 때때로 이야기가 좀 뜬금없이 흘러간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게 뭐야’ 싶은 것도 있다. 특히 컴퓨팅 분야에 대한게 그러해서 인공지능이나 해킹에 대한 소재와 묘사가 썩 마뜩잖았다. 한마디로,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싶달까.

어느정도 생명윤리나 인류애 같은 것도 담고있는데,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나 생각의 변화 등도 그리 잘 담아내지는 못했기에 그것도 썩 와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의아할 정도다. 또, 일부 장면에서는 등장인물이 갑자기 변신이라도 한 듯하여 좀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더 분량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단편으로 만들 게 아니었다면, 조금 늘어지더라도 각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 그리고 그것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이야기의 개연성도 더 다잡았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이미 어느정도 다뤄졌던 소재인 것도 맞고, 그래서 신선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고까지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소설로서의 맛이 떨어진다. 마치 인터넷 아마추어 소설같달까. 가볍게 볼만은 하나, 재미나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훨씬 크게 남는다.

아직 전문 작가도 아니고, 이것이 첫 작품이라고 하니 다음 작에서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