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 체(Juli Zeh)’의 ‘새해(Neujahr)’는 트라우마를 대단한 심리묘사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주인공 헤링이 휴가로 가족들과 함께 한 섬을 찾으면서 시작한다.

헤링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나름 괜찮은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집안과 직장의 균형 문제도 그렇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던가, 아내와의 애정 문제도 생각보다 곪아있다.

그런 그가 상의도 없이 갑작스레 잡은 섬 여행도 그들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거나 환기가 되어주지 못한다. 묘하게 신경이 거슬리는 것들이 눈에 밟히는가 하면, 딸이 태어난 후부터 있었던 심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썩 만족스럽지가 않다.

헤닝이 자전거로 산을 오르려고 한 것은 어쩌면 그런 것들로부터 잠깐 멀어지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도, 먹을 것도, 심지어 돈까지 가져오지 않아 고생을 하지만 결국 산을 오르고, 그곳에서 헤닝은 잊고있던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섬으로 휴가를 떠나 산을 오르는 부분과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 그리고 과거를 마주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마무리 부분이다.

첫번째 장은 헤닝이 자전거로 산을 오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그 사이사이에 일상 속에서의 관계나 그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들을 끼워넣은 형태로 이뤄져있는데, 그가 서서히 압박되고 끝으로 내몰리는 듯한 심리 묘사가 대단해서 마치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하다.

그 뒤 이어지는 과거 이야기와 다시 현실로 돌아온 후의 마무리 부분은 해답과 해소를 담고 있다. 그가 란사로테 섬에 휴가를 오고 그곳에서 산을 오른 것이나, 그를 압박하던 환상은 무엇있는지를 우연이 맞물려 일어난 사건을 통해 꽤 잘 풀어냈다.

사건은 상당히 현실적이어서 몰입도 잘 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이들 남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남겼을지 충분히 짐작케 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과 감정이 그리 일반적인 것은 아니어서 그런지, 그들의 행동이 생각보다 크게 공감이 가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