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부서진 밤’은 고구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다.

표지

좀비물에는 현대를 배경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더 역사 그것도 고구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눈에 띈다. 역사 속에 좀비라는 실체하지 않는 소재를 끼워넣는 것은 좀 조심스러운데, 자칫하면 역사물로서도 부족할 수 있고 역사에 끼워맞추다보면 좀비물로서도 부족한 면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역사와 좀비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다루지 않으려 한 게 눈에 띈다.

어떻게 보면 이 둘은 따로 놓아도 좋다. 그리고 실제로 소설을 보는 중에도 그런 생각도 얼핏 얼핏 들기도 한다. 하지만 따로 떼어냈다면 이런 이야기로 완성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좀비라는 호러 요소와 고구려 말기를 배경으로 한 가상 역사를 정말 잘 버무린 듯하다.

소설 속 좀비는 우리가 현대물로 익숙해진 ‘살아난 시체’보다는 과거 주술적인 요소가 강했던 원래 좀비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현대 좀비만 아는 사람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반대로 그렇기에 더 복고적인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를 끌기도 한다.

기왕 역사물로 쓴만큼 단순히 호러 요소로만 쓰지 않고 당시 역사 속에서 백성들이 견뎌야 했던 고초 등과 결합한 것도 좋았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 딱 와닿지 않고 걸리는 점도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그렇다. 갑자기 그런 전개로?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하지 않고? 그런 생각을 당연하게 들게하기 때문이다. 그건 작가가 왜 그때가 되어서야 그게 가능했는지를 제대로 표현하거나 설명하지 않아서 그렇다. 그래서 좀 무리하게 끝낸 느낌도 남긴다. 괜찮게 봤다는 마음 한켠에 아쉬움도 느끼게 하는 이유다.

편집면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은 나쁘지 않았으나, 문장 중 일부가 누락된 부분도 있고, 오타도 의외로 많은 등 편집 마무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재미있었다. 한국 좀비물 전문가라더니, 과연 그럴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