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라칸타’는 제주도 해녀를 주인공으로 한 미묘한 SF 소설이다.

표지

미묘하다는 건 완성도가 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 해녀를 시작으로 약간의 국뽕이 섞이고, 제주 해녀들이 겪어야만 했던 과거사를 얘기하며 역사 소설이나 정치성을 띈 면모를 보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시대가 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은 냉전 요소가 등장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을 통해 밀리터리나 스파이, 액션을 내비치기도 하며, 과학을 얘기하는가 싶은가 하면 그와는 영 다른편에 서 있는 무속 신앙을 진지하게 얘기하고, 현대적인가 했더니 갑자기 미래 SF로 바뀌고, 거기에 거대 국가들의 알력다툼과 음모론, 거기에 페미니즘적인 요소까지 하나씩 꼽기 시작하면 대체 어디까지 할 건가 싶을 정도로 여러가지가 잔뜩 들어있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도 그런것들이 제대로 섞이지 않은데서 오는 아쉬움일 수밖에 없다. 이 얘기를 하는 건가 싶으면 다른 얘기로 넘어가곤 하는데 그 넘어갈 때의 흐름이 썩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 했던 이야기들이 새로 하는 이야기에 대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연결점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려면 그 사이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중간 과정으로 차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작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훌쩍 널뛰어버린다.

그래서 이전에 했던 이야기들 중에는 사실상 전혀 불필요한 이야기였던 것들도 생기고, 반대로 다음 이야기는 좀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건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반전에도 별 감흥이 없게 만든다. 전체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서사 역시 조금은 소위 급발진하는 경향이 있어서 좀처럼 감정을 이입하기 어렵다.

책 뒤 ‘지은이의 말’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의도해서 만든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썩 와닿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짧은 분량이 아닌데도 미끈하게 연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