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太宰 治)’의 ‘인간실격(人間失格)’은 한 우울한 인간의 몰락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로는 처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워낙에 유명한 작품인지라 그간 여러가지 방식으로 재창조되고 또한 인용되며 쓰여왔다보니 소설을 읽지않은 나도 등장인물들과 전체적인 줄거리, 담은 정서 등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아무래도 보기 전에 어떤 선입견 같은 것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과연 지금 시대에도 이 소설이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하는 거다. 왜냐하면 소설은, 특히 이런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은 당시의 시대상에 많은 영향을 받고 그렇기에 다른 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선 것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 보는 중에는 물론 다 보고나서도 든 생각은 오히려 지금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당시엔 겉과 속의 크나큰 다름으로 다소 기행적인 삶을 살았던 것처럼 보였을 소설 속 ‘요조’는 지금 시대에서는 그저 지극히 평범하게 흔한 여리고 소심한 사람처럼 보인다. 소설 속 그는 비록 그러한 성향이 모든 곳에 뻗쳐있기에 심지어는 일상생활마저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만큼 방황을 하지만, 그의 잘못된 선택 하나하나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우울한 심리는 놀랍게도 꽤나 쉽게 이해가 가는 것들이었다.

행복에 대한 기피감만해도 그렇다. 어쩌면 자신으로인해 기껏 존재하는 행복이 깨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차라리 자신은 사라져 버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비틀린 확신. 이런 우울한 정서는 후대의 여러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만큼 대중적이고 그렇기에 공감점도 높다.

그의 불행은 그 자신이 가진 불안과 우울 때문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의 소통의 부재와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잘못된 소통에 의한 면도 크다. 이는 부대끼며 살아가던 예전보다는 오히려 격리되어 살아가는 지금의 도시인들과 더 합치해서 무려 1948년에 발표한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현대적이다. 그것이 실격 인간과 현대인을 겨우 몇발자국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도 한다.

번역은 화자의 상황이나 감정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없게 된 편인데, 아쉽게도 말장난 부분은 전혀 살리지를 못했다. 원문을 뜻대로만 번역을 해논 식이라서 일본어 발음 등을 이용한 의미없던 유희는 그대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 되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