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람이 불어도 네가 있다면,’는 잔잔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삽화가 함께 어우러진 그림 에세이집이다.

표지

어떻게 보면 시화집 같기도 한 이 책은 주로 아이가 자라면서 함께 겪은 일들과 그것들을 통해 깨닫고 떠올린 생각들을 담고있다. 그것을 1년이란 시간동안 바뀌어가는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풍경과 함께 담아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은 조금은 일기같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아이의 성장 기록 같기도 하다는 느낌도 준다.

에세이는 대체로 잔잔한 편이다. 딱히 특별한 경험이나 이야기가 담겼다기 보다는, 때론 일상을 그대로 적기도 하는 등 부담없이 볼 만하다. 그림과도 잘 어우러졌다.

그림은 역시 이 책은 가장 돋보이게 해준다고 할 만한데,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의 그림체도 좋지만 요즘에 그리 흔치않은 수채 일러스트라는 점도 끌리게 한다.

19

수록작들은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그런 날’이라는 테마로 연재된 그림 중에서 138편을 고른 것이라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워서 무엇 하나 손쉽게 스쳐 지나가지 않게 만든다. 마치 순정 만화속에서나 나올법한,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모습은 묘하게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며, 꽃이나 나뭇잎 등의 패턴들도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다만, 이것은 이 책의 장점일 뿐 아니라 단점이기도 하다. 작가는 배경 등 일부를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구석의 자잘한 것까지도 꽤 세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면 일단 감탄하며 보다가, 에세이집으로 내기보다는 판형이 큰 화보로 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이 그림을 담아내기에는 좀 작기 때문이다. 그게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