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섹스 로봇의 이야기를 다룬 ‘노라’는 인간에 대해 던지는 생각거리가 꽤 괜찮은 단편 SF 소설이다.

표지

SF라고는 했지만, 소설 자체는 사실 그렇게 SF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록 고성능 AI와 로봇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주요하게 쓰이는 것은 아니라서 그렇다.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라서 그런게 아닐까. ‘로맨스 소설같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아마 그래서일 거다.

소설은 섹스 로봇이라는 나름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내용이 저속하거나 성적인 면모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마치 인터뷰를 하듯 오가는 대사를 통해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이 생각할거리는 꽤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까지 깊게 공감이 가는 건 아니어서, 조금은 주제를 위해 일부러 그들을 그렇게 내모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정말로 노라에게 ‘철학적인 각인’이 생겨서 그런 것 같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기도 했다. 그게 이 이야기가 치밀하게 짜여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소재를 흥미롭게 다루는 것이나 잘 읽히는 문장력을 지닌 것은 작가의 장점이다. 이 소설에도 그런 점은 잘 살아있다. 그러나, 재미 자체를 추구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기에, 의문이 남게 만드는 이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8년 10월에 짧게 남겼던 평을 다시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