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은 미처리 시신들의 이야기를 그린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에 해당하는 것은 그들이 왜 죽게 되었는가나 그들이 세상에 남겨놓은 미련은 무엇인가 하는 것 등이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익주와 그가 형님처럼 알고 지냈던 헌책방 주인 김 사장의 사연이 특히 그러한데, 김사장은 말을 앉고 익주는 기억이 흐릿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씩 감춰졌던 것들을 드러내는 형식을 띄고 있기도 하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나 그를 통해 담아낸 이야기는 사실 미스터리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데, 저자가 치다꺼리와 편집자, 책과 공간으로 구성된 이 기묘한 세계를 꽤나 정성들여 구축했기에 더 그렇다. 그렇다고 너무 자잘한 것까지 세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는데, 그 덕에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조금 두루뭉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오컬트 판타지로서는 나름 개성있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미스터리로서는 그렇게 좋지 않다. 그리고 이건 오컬트 판타지에 할애한 분량이 많아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총 3장에 걸쳐 펼쳐낸 이야기가 딱히 긴밀하게 연결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 각각의 이야기 역시 감춰진 진실이 비밀스럽거나 놀랄만한 것은 아니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다보니 은근히 ‘이게 미스터리?’라는 생각도 든다.

남들 모르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은근히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은 것처럼도 보이는데 그것도 딱히 제대로 담아내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미처리 시신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우연히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인 게 아닌가 싶다.

미묘하게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3장은 특히 아쉬웠는데, 3장의 이야기와 그런 결말이 딱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더 그렇다. 차라리 3장을 빼고 1장, 2장의 이야기가 더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미스터리를 빼고 아예 오컬트로 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