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은 심강우의 단편 소설 10개를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책에 담긴 소설들은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글도 그닥 친절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며 볼만한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니다. 대신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익숙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로 전한다.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다른 곳을 배경으로 다른 소재를 이용해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하나같이 암울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암울함도 꽤 독특하게 느껴졌다. 단지 배경으로서 ‘세기말’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을증에 걸릴 정도로 진득하니 밑바닥에 달라붙는 절망 같은걸 느끼게 하는 것도 아니고, 돌이킬 수 없을만큼 끝에 다다라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걸 의외로 담담하게 적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가 문득 ‘이게 지금 암울한 상황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독특한, 그래서 낯설기도 한 작가의 이야기들은 하지만 읽다보면 조금씩 익숙해지고 곧 젖어들게 된다. 소설속에는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개성있는 인물들이 나오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딱히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깊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지언정 그들의 입장이나 상황, 이야기에는 분명히 공감할만한 것들이 들어있다. 그래서 이 암울한 이야기들은 때론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다.

조금은 낯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심강우의 이야기들은 즐기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겐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다. 솔직히 재미있다고 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보면 이 것도 조금씩 이숙해지고 곧 젖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