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은 MBC 수사실화극 방송 50주년 기념으로 나온 외전격의 소설이다.

표지

원작은 1971년에 시작하여 1989년에 최종 종영하기까지 무려 19년간 총 880부의 방송횟수를 자랑하며 사랑받은 드라마다.

이 소설은 원작의 첫 방영 5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것으로, 오랫만에 다시 만난 박반장으로부터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는다는 식으로 시작한다. 박반장의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을 돌아보는 컨셉인 것이다.

드라마와 달리 한명의 주인공을 정한 것은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사건 진행에서의 핵심적인 갈등을 그와의 관계로 채우려고 한 것으로 방향 자체는 꽤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박반장의 지위나 극의 구성상 그 컨셉이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 박반장이 항상 현장에 나가 수사를 주도하는게 아니라서다. 그래서 자연히 3인칭으로 묘사되는 부분도 꽤 많고, 그게 1인칭 시점이라는 이 소설의 특징을 무색하게 만든다.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고는 하지만 수사 방식이 감에 의존하고 주먹구구식인 점이 있는 것이나 마치 TV 드라마에서 시간관계상 그러는 것처럼 수사진행을 생략하고 급전개가 보이는 것도 꽤 자주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개별적인 소설로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생각보다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마치 ‘옛날 형사소설’을 보는 것 같은 점은 애초에 이 소설이 옛날 드라마의 기념작으로 외전격이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감안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TV 드라마의 그것을 소설로 꽤 잘 재연한 것처럼도 보인다.

형사 드라마로서의 기본적인 재미 역시 충분하다. 형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범인을 찾고 범죄를 막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나 그를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것, 그리고 (거의 안된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우선 의심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다면 범죄에서 손을 씻게 만들려고 하는 일종의 측은지심, 종합하자면 형사물의 로망이 잘 담겨있다.

이야기 구성도 꽤 괜찮다. 1인칭 주인공을 내세운만큼 개인적인 관계를 엿보이기도 하고, 그런 모종의 인연이 있는 빌런과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아서 전체적으로 통일성도 보이기 때문이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도 있는 등 내용면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최근의 본격적인 느와르나 과학수사 뿐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해결해나가는 하드보일드 형사물도 좋아한다면 충분히 괜찮게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