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루(Stéphane Barroux)’의 ‘어느 병사의 전선 일기(On les aura!: Carnet de guerre d’un poilu (Août, septembre 1914))’는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한 병사의 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병사의 일기라는 컨셉으로 그린 게 아니라, 정말로 작가가 산책중에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일기의 내용에 작가의 개성있고 분위기있는 그림을 더해 그림책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태생이 이렇다보니 책에는 딱히 주목할만한 서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나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반전같은 극적인 요소가 있지도 않다. 그렇기는 커녕 전체적으로 담담한 편이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적어낸, 말 그대로 일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병사가 전쟁에 참여한 기간이 그렇게 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런데도 제1차 세계 대전이란 큰 전쟁이 몰고온 여러 참상들이나 가족의 소식을 받지 못해 걱정스러우며 애타하는 마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숨 같은 것들이 잘 담겨있다.

그것을 담아낸 저자의 그림은 개성적이면서도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기본적으로는 일기이기에 글만으로도 충분히 내용 전달이 되기는 한다만, 저자의 그림이 있기에 각 장면이 더 잘 전달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쟁에 대한 것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책에는 추가로 제1차 세계 대전에 대한 내용들도 들어갔는데, 전쟁이 어떻게 발발하고 또 커지게 되었는지나, 이후 왜 제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으로 작용하게 되었는지를 보면 절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