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나잇 스탠드’는 동명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MC제이가 성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들을 풀어 담은 책이다.

표지

한국 사회에서 성은 굉장히 기묘한 위치에 있다. 좀처럼 언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부끄럽고 감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화로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온게 더 반갑다.

성에 대해 얘기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이라거나 퇴폐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다수가 수면위로 올리지 않는, 하지만 늘 일상속에 함께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얘기할 뿐이다.

저자 자신도 상당히 절제했다. 성 얘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한두가지 정도는 깊은 내용도 나오기 마련인데, 혹시라도 그게 과할까 싶어서 스스로 미리 쳐낸 느낌도 든다. 그래서 섹스를 얘기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건전한 편이다.

책에는 꽤 다양한 성 이야기가 실려있지만 그렇다고 이게 지식서나 교육서, 자기계발서 같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에세이에 더 가깝다. 그래서 개인 성향에 따라 이건 아니다 싶은 내용이나 표현도 더러 있다.1

편집은 주제를 의식해 붉은 속지를 사용한 것이나 팟캐스트의 내용 일부를 붙인것도 나름 괜찮았는데, 오타나 잘못된 문장이 일부 있었고 무엇보다 불필요한 첨가글이 많아 자연스런 읽기를 좀 방해했다. 특히 걸핏하면 나오는 ‘?’는 대체 왜 붙인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코미디를 지향하고, 이 책도 웃으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외설’이 됐으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코미디로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위 조절을 잘 해서 불쾌하다 할만한 것 역시 없었다.

보통은 얘기하지 않고, 그래서 본인의 경험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여러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가볍게 넘겨가며 볼 수 있는 것은 꽤 좋았다. 팟캐스트도 좀 그런 분위기 같은데, 그게 책에도 좀 이어진 것 같다. 팟캐스트도 여전히 찾아 들을 수 있으므로, 시간 나면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1. 그러니 알아서 보라는 식으로 프롤로그에서 미리 깔아 두는데, 썩 좋은 태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