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수용소’는 악플과 그로인한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최종적으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플러들에게 그 죄를 물어 일말의 자비심없이 처벌을 가한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한 이 소설은, 다른 무엇보다도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게 그리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개인적인 복수극이 아니라 법으로써 공공연하게 제재하고 처리하겠다는 것을 내세웠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소설은 그것을 제대로 풀어내지를 못했다.

소설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애초에 소설의 전제가 되는 법 제정부터가 전혀 와닿지 않는다. 아니 아무리 한국 정치판이 개판이라지만, 무슨 군사 봉기나 계엄령 선포하에 억지로 밀어부치는 것도 아니고, 그게 그렇게 날치기처럼 통과될 수가 있나.

그래도 비록 억지스럽지만 이야기를 펼치기위한 판을 어떻게든 깔아보려고 그런 것이라고 감안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더라. 악플러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는 더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법치국가라는 틀 안에서 진행되는 게 맞나? 재판도 없이 약물까지 동원해 납치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명확하게 밝혀진 증거가 없어도 일단 유죄추정으로 시작하는데다, 제재 역시 사적인 마음이 듬뿍 담긴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당최 공공기관에서 공무원들이 벌이는 짓이라고 봐주기가 어렵다는 거다. 아니, 이럴거면 대체 왜 개인적인 복수극으로 그리지 않은거냐.

심지어 개인적인 복수극으로 그렸어도 이 소설은 문제가 있다. 복수극이 전혀 시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도는 말할것도 없는데다, 마치 유대인의 복수극을 그린 모 영화에서처럼 잘못을 한 사람뿐 아니라 그 주변의 관계없는 제 3자까지 나락에 떨어뜨리는 짓을 태연히 저지르기에 이 복수가 전혀 정당해 보이거나 공감이 가질 않는다.

악플로 인해 망가지는 연예인의 이야기 역시 엉망이다. 주요한 부분은 빼먹고 대충 악플러의 악행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기 위한 장면만을 갖다 붙였기 때문이다. 그덕에 오로지 선량한 피해자여야 할 고혜나에게도 자꾸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악플에 시달리고 그 때문에 정신과까지 다니는 것 치고는 전혀 방어기제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로 시간날때마다 적극적으로 악플을 탐닉하는데, 대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환자에게 이런 정신나간 노출치료를 지시하는 의사는 뭐하는 작자란 말이냐.

아, 물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다. 이야기와는 별개로 아예 직접적으로 써두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럴거였으면 칼럼을 썼어야지. 그걸 괜히 소설로 쓴 덕분에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완성도가 떨어지고, 그게 전하려던 메시지까지 도리어 약해지게 만들었다.

좀 기대를 해서일까. 실망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