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멸망하고)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는 시트콤같은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표지

어떻게 보면 좀 전형적인 이야기랄수도 있다. 기존에도 바이러스 등 병원균으로 인한 종말은 아포칼립스의 주류 중 하나였던데다가, 무엇보다 최근 코비드19 상황에 올라타 그런 작품들이 더욱 많이 나오며 최신감을 잔뜩 업데이트 해놨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나온 소설이 이런 설정이라면, 당연히 그런 류일거라고 쉽게 상상하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실제로도 소설은 꽤 여러 부분에서 그런 유행에 휩쓸린 소설같은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몇몇 의아함을 자아내는 허술해보이는 설정들이 나올때면 더 그렇다.

그러나, 기존의 전형적인 것들을 살짝 비튼달까, 독특하게 변주하는 부분들이 더욱 눈에 띄기 때문에, 전형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뻔한 가운데 신선함이 있다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하게도 캐릭터성이다. 보통은 곁가지로 끼워놓은 것 같은 조연으로 소모되는 소심 캐릭터를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을 들이밀며 정면으로 내세웠을 뿐 아니라 그들간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그림으로써 뻔하면서도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특히,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활용해 이야기에 독특함이라는 양념을 쳐주는 캐릭터를 정말 잘 사용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평이한 일상물 같으면서도 실로 독특한 환경에서 매 순간이 모험같은 느낌을 잘 전해준다.

이 캐릭터는 또한 소설의 코미디를 부분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가 끝까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진지한 상황 이면에 계속햇거 농담처럼 깔리는 가벼운 설정놀음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대부분이 이 캐릭터로 인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야기는 진지한 팬데믹 상황을 다루면서도 일종의 코미디가 섞인 시트콤 같은 느낌을 풍기며 마지막까지 나쁘지 않게 보게 한다.

냉정하게 상황 자체만 보면 묵직하지만,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행동이 연상케 하는 장면들은 실로 엉뚱함을 가득 품고 있어서 도저히 어두운 이야기로는 볼 수 없게 만든다.

농담같은 이야기로 시작해, 끝까지 농담같은 이야기로 끝낸것도 나쁘지 않다.

완결성과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좀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다만,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이야기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