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이정모의 ‘오리진(Origin)’은 세상 모든것의 기원을을 다루는 교양 만화다.

표지

기존의 교양 만화와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 전개와 지식 전달이 두부분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는거다. 이야기 속에서 작중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 에피소드를 통해 교양지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했다. 그래서 그냥 보면 일반 만화도 큰 차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만화는 미래에서 온 21세기형 로봇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거의 모든것을 이룬 인류가 자살로 치닫자 그 해결법을 찾고자 로봇을 보낸 것이다. 로봇은 삶이 충만했던 과거에서 학습을 하고, 미래 인류는 로봇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통해 삶의 의지를 일깨워줄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 있는가?

그렇다. 이 만화는 단순히 여러 교약 지식들을 다루는 만화가 아니다. 그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삶의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철학적인 목적도 갖고있다.

그래서 각 에피소드에서 전달해주는 지식의 양 보다는 이야기 전달에 더 중점을 두고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단순한 지식보다 우선이라는 얘기다.

대신 주제에 대한 지식들은 만화가 끝난 후에 ‘오리진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얘기한다. 웹툰 연재때도 일부 얘기했던 내용들이 있지만, 단행본에서는 그 양을 훨씬 늘려 더 다양한 것들을 얘기한다.

편집도 좋다. 웹툰과 비교해봐도 처음부터 단행본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는게 보일 정도로 책 쪽이 더 낫다. 웹툰은 무료 연재 후 유료화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1, 웹툰 연재는 단행본 미리보기로 생각해도 될 정도다.2

다만, 아쉬운것은 이야기를 진행하다 교양지식 전달로 넘어가는것이 생각보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거다. 앗싸리 두부분으로 딱 나누지는 않았지만, 거의 둘이 구분되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이질적이다. 왜냐하면 일상적으로는 저런 지식들을 늘어놓지도 않고, 또한 그걸 진지하게 듣고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리진 1권 98쪽 中

이정도면 사실상 이야기 진행 도중 정보를 전달하는 화면으로 전환되는 방식의 만화와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아니, 차라리 지식 설명이란게 현실적이지 않은 만큼 오히려 완전히 구분지어 설명하던 것 보다 별로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것이라고 봐야할지. 어쩌면 일정 수준의 지식을 전달하는걸 자연스럽게 이야기 중간에 끼워넣는다는게 그만큼 힘들다는걸 증명한 것으로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를 했었기 때문에 조금 실망한 것뿐, 전체적으로는 이야기나 진행에 크게 무리가 없다. 그리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다.

웹툰에선 이미 다음 주제인 ‘에티켓’으로 넘어갔는데, 이것도 흥미롭게 따라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100권, 즉 100개의 주제를 다룰 예정이라니 이제 막 시작한 ‘봉투’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또 목적인 ‘삶의 이유’는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1. 시즌1은 이미(2017-08-25) 유료화 했다. 1권 발매로 인한 듯하다.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왠지 아쉽다. 유료결제하자니 단행본에 비해 아깝고. ㅋ; 

  2. 편집도 그렇지만, 2부인 ‘오리진 교양’이 없다는 것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웹툰에서는 ‘오리진 지식 카드’라는 것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