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다루려는 교양 만화 오리진, 그 2권에서 다루는 주제는 ‘에티켓’이다.

표지

‘예절’이라고도 하는 에티켓은, 사실 좀 더 범위가 좁은 단어다. ‘사교’에 있어서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의, 예절, 품위로 순화해서 쓰라고 하지만 여전히 에티켓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 것도 바로 그런 때문이다.

p29

작가는 그것을 ‘거리감’이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나치게 가까우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떨어지면 서로 친해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거부감이나 적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가까워질 수 있다.

25p

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달라.
나와 거리를 유지해달라.
나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 얼마나 적절한가.

식탁 예절, 인사 예절 등 사회엔 정말 많은 에티켓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이미 만들어진 규칙일 뿐, 왜 그래야 하는지까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로 굳어져 버린 지금,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

p160-3

그런 점에서, 작가가 몇몇 에티켓들을 예로 들며 그것들이 어떻게 생긴 것이고 왜 지켜야 하는지 설명하는 대신, ‘거리감’이란 표현으로 좀 더 근본적인 면을 담은 것은 꽤 괜찮았다. 이건 기원을 다룬다는 ‘오리진’이란 전체 주제와도 닿는 면이 있는데, 만화로 표현도 잘 해서 좋았다.

반면에 구체적인 사례를 짚고 넘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현대 한국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무엇인가’와 같은 것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에티켓에 대한 정보 자체를 얻는 데는 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극중에 나오는 사례들도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안든다. 교양서적이란 지식 습득을 위한 역할도 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좀 아쉬운 점이다. (물론, 이건 2부를 통해 어느정도 보충하기는 한다.)

p91-6

2부인 ‘오리진 교양’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에티켓에 대해서 다루는데, 여기서도 ‘현대의 에티켓’ 보다는 에티켓이란 무엇이고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를 주로 얘기한다.

그중에서도 에티켓이 ‘유행’에 따라 바뀌어 왔으며, 또한 ‘본능의 자연스러운 충족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하는 게 재미있었다. 이건 에티켓이란 게 전혀 ‘마땅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에티켓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본능을 거스르는 동물, 그것이야말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인간이기를 포기한다는 것, 짐승이나 매한가지다.

p181

오리진 만화는 1권보다 더 나아졌다. 여전히 매끄럽지 않은 면이 있기는 하나, 이야기 진행도 나쁘지 않고 설명 부분이 튀는 느낌도 줄었다. 이야기를 통해 교양을 전달한다는 ‘내러티브 교양 만화’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3권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