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미 유코(香純 裕子)’의 ‘집으로 돌아가자(おうちにかえろう)’는 같이 살게되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만화다.

표지

어린 남녀라고 해도 되겠다. 하나는 정식으로 활동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대학생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10대 고등학생 신분이니까.

이런 어린 애들이 어쩌다가 같이 살게 되었느냐 하면, 작가 양반이 워낙에 낯을 가리는지라 누나가 일종의 대역을 맡아 외부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그걸 곧이 곧대로 믿고는,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자세한 건 따지지도 않고 덕컥 입주 가사도우미를 맡았던 게 문제였다.

결국 남자라는 걸 알고, 심지어 까칠한 말을 듣기까지 하니, 그대로 집에 돌아가버릴까 하기도 한다만은, 사실은 표현이 서툴 뿐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계속 도우미로 있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 이야기의 기본 설정만 봐도, 꽤나 많이 우려진 클리셰들을 조합한 것인데다, 군데군데 미묘한 구멍들까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거다. 애초에 어린 남녀가 함께 살면서 겪게되는 일들을 가볍게 그리려는 생각으로 설정한거다보니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대충 밀어붙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현대 로맨스인만큼 보다 사실적인 전개였으면 하고 바랬던 사람에게는 조금 아쉬울 만하다.

로맨스 부분이 다소 성급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전 상황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면서 고구마를 강제로 맥인 것 같은 느낌을 들게하는 모 인기작품들처럼 한없이 답답하게 전개하지만 않는다면, 감정이 점차 변화해가고 그것을 스스로가 자각해가는 과정같은 것을 다소 천천히 그렸어도 좋았을텐데, 단 몇화만에 깊이 사랑에 빠져버린 것으로 만들어버려서 깊게 공감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좋아하던 작가였어도 인간적으로는 초면인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그런 에피소드들도 생기는 건데, 처음엔 두권 정도로 완결을 보려는 계획이었던 건지1, 중간을 좀 과하게 건너뛴 느낌이다.

캐릭터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 것도, 어쩌다가 오해가 생기는 게 아니라 일부러 오해하게끔 말을 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에서 그정도로 오해를 쌓는 사람을 경험한 적도 있고, 다소 치우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는 했지만 나름 각각이 가진 성격적인 결함에 대해 얘기한다든가 그것들의 시너지 같은 것이 괜찮은데다, 꽤 익숙한 클리셰들을 사용해서 그런지 각 에피소드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나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는 나름 괜찮게, 무난하게 볼만하다.

1권에서는 오해 후 해소라는 다소 단순한 구도만을 반복했는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고 관계가 깊어진다면 얼마든지 다른 구도나 전개를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이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길게 끌고갈건지나 그게 어느정도나 괜찮을 것인지는 하기 나름에 달린 것 같다.

이후를 나름 가볍게 기대해볼 만하다.

이 리뷰는 CBCM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실제로는 총 16화, 4권으로 완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