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의 ‘우리의 미스터 렌(Out Mr. Wrenn)’은 어느 날 여행을 떠나게 된 한 신사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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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작은 기념품 회사에 근무하는 미스터 렌은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금액으로는 약 1000달러. 그의 주급이 보통 수준이라고 생각해서 계산해보면 대략 4000~5000만원 정도다. 물가를 고려한다해도 1억원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상당한 돈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인생이 바뀔 정도의 돈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그런 그가 나름 사치라며 부리는 것도 딱히 엄청난 것이 아니며, 그토록 바래왔던 여행 역시 소시민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을 아끼기 위해 선박 직원으로 여행을 시작한 것부터가 그렇다. 여행을 떠나 그가 겪는 일들도 대부분 소소한 편이며, 여행의 끝 역시 그렇다. 이런 점은 의외로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얼핏보면 이 소설은 마치 일종의 여행 모험 소설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런 면이 있다. 미스터 렌이 여행을 떠나 보고 겪는 일들은 나름 흥미롭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소설은 모험보다는 인생을 그린 것에 더 가깝다. 미스터 렌은 길진 않았지만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가며 조금 더 성숙해진다. 그리고 그게 미스터 렌을 전이라면 도달하지 못했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 중 ‘세계 일주’는 단연 1위일 거다. 설사 여행을 썩 즐기지 않는 사람마저도 위시리스트 어딘가에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그걸 실제로 하고 현실로 되돌아오는 미스터 렌의 이야기는 어딘가 공감가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