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한 여인의 숨막히는 일상과 희망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화자는 군식구다. 따로 일을 하지 않고 집 안에 안주하고 있으며, 식구들이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 동생 역시 두 아이들과 떨어져 온종일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그녀가 집안에서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하거나 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이렇게만 보면 화자가 마치 무능하고 기생적인 식충이 같다. 그러나, 시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상황이 보인다.

화자의 꿈은 시인이다. 뒤늦게 깨달은 그 꿈을 위해 공부도 하고 노력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책을 보고 필사를 하고 자기만의 글을 쓰는걸 계속했다. 그러나 그것도 가족을 위해 포기해야만 한다.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어리고 정신없는 두 아이를 보살피는데는 온 시간과 정신이 다 들기 때문이다. 잠투정이 심한 아이들은 밤중에도 쉽게 쉬거나 시간을 내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화자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고도 할 법도 하다. 거기에 자신은 없고 오로지 가족만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군식구인 화자가 대수롭지 않거나 마뜩지 않고, 반대로 화자에게는 자신은 없이 힘들게 이어가야만 하는 일상이 못마땅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숨막히는 현실만이 존재하는 거다.

화자에게 몰입한다면 작품 속 그의 지지자를 따라서 ‘왜 당신만 그래야 하냐’고 쉽게 뱉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상황은 딱히 빌런이 없더라도, 모두가 원하고 또 인정한 상황에서도 곧잘 만들어지곤 한다. 인간은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금세 익숙해지고 종국에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상황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작은 선택과 결정들이 어떻게 틀어지나 하는 것도 그렇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아 숨막히는 현실이 되어가는 것도 그렇다.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갑정이입도 쉽게 된다.

갈등 상황의 해소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굳이 억지스럽게 극적인 화해나 꿈의 도약을 그리지 않은 것도 마땅하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갈등도 해소되지 않고, 꿈도 여전히 제자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게 느끼게 한다.

생각보다 완성감이 있는 소설이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생략한 것도 있으나 그것 역시 묘사의 부족이 아니라 각자에 맞게 해석할 여지로 보인다.

때때로 작가가 소설의 길이에 따른 분류에 휘둘려 (자기 이야기가 얼만큼의 분량이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쓸데없이 늘어지거나 묘사가 부족한 소설을 내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 소설은 딱 적당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