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방’은 8개의 이야기를 담은 젊은 작가 김준녕의 단편집이다.

표지

각각의 단편에서 작가는 어떤 상실을 얘기하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은 각기 잃어버린 것, 잃어가는 것, 그리고 잃어버릴 것들을 갖고 있다. 그것은 얼핏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각자에겐 마치 마음속 한구석이 파인 것 같은 상실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혹자는 그걸 메꾸려고 부단히 노력도 하고, 혹자는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러한 자세가 그들의 삶이나 상실에 어떤 보상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그저 잃은 상태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작은 이야기는 마치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마음을 무겁게 하고 절망적인 무엇을 느끼게 한다.

이들에게 그럴만한 무언가가 있어서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고, 그러니 딱히 더 절망스러워 할 것도 없다. 주변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거지 같은 집에 매여 집주인이 올려대는 전세금을 메꾸기 위해 살아가는 삶,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도 희망이 아닌 그저 불행뿐이다. 과거 우리가 소중히 했던 것들은 지금은 변해 없어졌고, 푸르던 옛 시절의 꿈도 이젠 간데없다. 하물며 그놈의 행복이라야.

불행과 불만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때론 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순응하고 삶을 그저 이어가는 게 아니라, 작은 것에도 한껏 괴로워하고 절망하는 소설 속 인물들은 그래서 오히려 인간적이다.

하지만, 그 후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