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살리에르’는 화가들의 씁쓸한 삶과 사랑을 그린 만화다.
첫 인상은 좀 이상하다는 거다. 캐릭터 설정이 좀 과하달까, 무리해 보이는 측면이 있어서다. 외모는 물론 실력까지 뛰어난 인물이, 전업 화가 지망생이라는 빌어먹을 수밖에 없는 배곯는 직종에 굳이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잘 와닿지 않아서다. 그 능력의 반만 드러내더라도, 다른 직종에서라면 얼마든지 더 좋은 조건의 삶을 살 것이 자명하잖은가. 심지어 그런 인물이 둘씩이나? 이게 얼핏 인물 구성을 좀 잘못했다고도 느끼게 한다.
다행히 그런건 첫 인상에 불과하다. 이들이 내보이는 화가라는 꿈과 작품에 대한 열정같은 것이 꽤나 잘 전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예쁘게 그려져서 받았던 그 비현실감을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 만화라서 좀 더 과장되게 표현된 것이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작품 내에서 크게 변하는 인물로 인해 더욱 가려진다. 원래 이야기하려던 인물들간의 관계라든가 그들 각자가 가진 사연, 그런 여러가지가 얽히면서 꼬이게되는 드라마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화가들의 삶이라는, 어떻게보면 일반인들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특수한 이야기를 심지어 작품에 대한 것까지 겯들이면서 풀어내는 것도 잘해서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도 막히는 구간없이 수월하게 볼 수 있으며, 어디엔가 있을듯한 각 인물의 개인사도 몰입도가 높아 이야기에 현실성을 더한다.
단행본도 꽤 잘 나온 편이다. 웹툰 원작이 갖는 컷 구성과 호흡의 특성상 단순하게 단행본으로 옮기면 여백이 많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는데, 크게 두권으로 나누어 담아서 그런 웹툰 단행본 특유의 단점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결과적으론 감정선을 길게 가져가며 깊게 표현하면서도 이야기의 밀도도 괜찮게 되었다. 양쪽 매체의 장점을 모두 잘 살린 셈이다.
단행본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한 ‘명화’와 ‘우수’의 미공개 일러스트는 본문의 장면을 담은 것이라 조금 아쉬운 느낌도 있지만, 책 자체가 잘 만들어져서 전혀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