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토미히코(森見 登美彦)’의 ‘펭귄 하이웨이(ペンギン.ハイウェイ / Penguin Highway)’는 어느 날 평화롭던 마을에 나타난 펭귄과 그걸 지켜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작가의 최신작은 아니다. 이미 2010년에 발간했던 것이라 작가의 팬이라면 이미 다들 봤을텐데, 그게 이번에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하면서 거기에 힘입어 이렇게 개정판이 나오게 됐다.

이야기는 어느 날 마을에 쌩뚱하게 펭귄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묘하게 차분하고 만사를 진지하게 대하며 연구하는 아오야마는 이 독특한 현상에 대해서도 곧 연구를 시작하는데, 곧 친구는 물론 친하게 지내던 치과 누나와도 연관이 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타게된다.

소설은 장르적으로 참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소재나 전체적인 이야기는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줬던 판타지같아 보이나, 주인공으로 명석하고 이론적인 과학 소년을 등장시킴으로써 SF에도 발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연구와 사색을 통해 꽤 깊은 얘기까지 함으로써 단지 맛을 첨가한게 아니라 양쪽 모두에 한발씩 디디고 선 모양새를 띈다. 어느 한쪽 장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한다면, 나는 이 소설을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의외로 다들 이 소설을 SF로 분류하던데, 그보다는 판타지 소설로 보는게 더 적절하고 또 좋기 때문이다.

그건, 비록 소설 내에 우주물리학에 같은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주요 소재나 그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마무리까지 모두 과학적이라기보단 판타지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다. 진지한 SF로 생각하고 이 소설을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판타지 소설로 생각하면, 과학적인 얘기를 덧붙인게 흥미를 더하기도 하거니와, 아이들의 ‘탐험’이나 ‘연구’도 왠지 모를 향수와 현실감을 더해줘 딱히 감점요인을 만들지도 않으며, 엔딩의 희망적인 이야기도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른 소설에서 보였던 작가의 장점은 이 소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묘하게 유머러스한 것이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전개도 그렇고, 애초부터 영상을 염두에두고 쓴 것처럼 화려하고 역동적인 장면묘사를 보이는 것 역시 그렇다.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 환상적인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나, 그러면서 조금씩 뿌려놨던 여러 이야기들을 후반에 잘 그러모아 마무리한 것도 좋았다.

볼 때 재미있고, 보고나면 괜히 미소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특색 때문에 영상화를 어떻게 했을지도 기대되는데, 나중에 한번 비교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