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인간과 세상을 단순화하여 표현한 ‘사람들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표지

애초의 목표가 그렇다보니, 이 책은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동화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둡고 씁쓸한 현실의 단면들을 꽤나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애초부터 있는자에 의해 불공정하게 나뉘어진 채 시작했다는 사회와 계층의 형성에 관한 한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일종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만, 생각보다 논리적이고 가능성 또한 높아보이기 때문에 어문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애초에 내용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약간의 비유를 섞어 다시 쓴 정도라서 더 그렇다. 단지, 계층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그 기원부터 다루었기 때문에 역사적 근거는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것 뿐이라는 말이다.

한정된 자원 독점문제, 그로 인해 계층간 갈등, 갈수록 더 심해지는 계층화, 더 높은 계층으로 가는 것은 마땅하다고 생각하나 반대로 낮은 계층 사람들은 올라오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이기적인 이중잣대, 심지어 같은 계층에서 벌어지곤 하는 그룹 나누기와 차별 등은 벽이라는 사소한 비유를 추가했을 뿐 거의 현대사회를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래서 더욱 계층을 벗어나려는 인간들의 발버둥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이입해서 보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 어설프게 희망이나 가능성을 넣지않고 끝까지 일관성되게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는데, 그래서 더욱 암울해 보이긴 하나 덕분에 완성도는 더 있어보인다. 그림도 단순하나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다음 시리즈에선 또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