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사람들’은 1950년 함경남도 흥남에서의 후퇴를 그린 만화다.

표지

어쩌면 익숙한 이야기, 장면들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이 만화 속 이야기는 다른 과거 영화 등에서도 이미 다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에서 후퇴 이야기가 전체 중 일부여서 밀도가 낮았다면 이 만화는 그것을 중점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꽤 밀도가 높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그들의 상황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했던 어려움이나 이별 등을 전하는데 그걸 일종의 다큐처럼 담아내서 가슴이 묵직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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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은데, 그건 작가가 이들의 이야기를 허구로 재구성하면서 만화적인 코믹함을 추가해 지속적으로 가볍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게 안타까운 결말을 맞았던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기적적이라 할만큼 잘 풀린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건 자칫하면 자충수가 될 수 있는 결정이기도 한데, 다행히 극의 무게를 해치며 어색하게 튀는 정도는 아니다. 그냥 살짝 미소짓게 되는 정도랄까. 그래도 때때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인데, 과하게 가라앉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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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가 무거우면서도 가볍고, 가벼운 와중에도 무거울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사람들의 인터뷰를 실은 듯한 다큐 부분과 한 가족의 피난을 그린 만화를 어느정도 분리해서 그렸기 때문이다. 이게 구성적으로도 꽤 괜찮았던 것은 만화의 이야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담이나 후일담 같은 이 이야기들은 극에서 보여주는 상황의 사실성을 더 높여주기도 한다.

먹을 이용한 그림이 매력적이어서 보는 맛도 있었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 먹 특유의 질감을 이용한 표현들이 멋졌는데, 만화 전체를 그렇게 그린게 아니라서 더 그 부분이 강조되어 좋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