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직장과 취업, 노동 문제 등을 다룬 콘셉트 소설집이다.

표지

콘셉트가 콘셉트다보니 좀 사회소설적인 면모가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 사회가 안고있는 취업 문제, 일그러진 직장의 구조와 그로부터 불거지는 병폐들, 그리고 노동 착취와 같은 것들을 꽤나 적나라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띄게 된다는 말이다.

일종의 시대상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가 특히 IMF와 그 즈음의 정세 등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이는 다분히 작가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담은 것으로, IMF 사태로부터 가시화된 한국 사회의 문제가 지금 다시 봐도 익숙할 정도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좀 더 심하게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면모는 특히 표제작이기도 한 ‘페스카마’에서 두드러진다. 모티브가 된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 사건’은 무려 27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1인데도, 전혀 그러한 시대 격차가 확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도 얼마든지 자행되고 있을 듯 해서다.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이야기를 잘 만든 것 같다.

수록작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이렇게 끝나? 싶은 좀 모호해 보이는 것도 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구성원들의 행동, 생각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정도만 하는 게 그렇다. 그런 작품에서는 문제나 비판점 같은 걸 분명하게 집지는 않고 그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놓아둔다. 그러나 소설집의 기조를 생각하면, 그런 것들도 방향성은 꽤 분명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1996년 8월 3일 온두라스 선적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에서 발생, 11명 살해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