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글리프’는 SF작가 지망생 교육프로그램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 1기 수강생의 작품 중 우수작 8편을 선정해 묶은 SF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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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활동할 SF 작가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라 그런지, 책 속에 담긴 소설들은 소러 개성이 강한 편이다. SF라는 장르의 베이스만이 정해져있을 뿐 딱히 다른 장르는 배제해야한다거나 특정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것 같은 제한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이 한권으로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 취향이 맞는 것부터 살짝은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신 그런만큼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된 느낌 같은 건 없다. 각 소설의 넘버링을 역으로 맥이고 마치 뭔가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카운트다운을 해나가지만, 소설간에 공통점이나 이어지는 흐름 같은게 없기 떄문에 이것 역시 전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점점 무거워진다거나, 난해해진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은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대신 개별 소설들은 꽤 흥미로웠다. 특히 전통적인 SF라 할만한 근미래를 그린 작품이 그렇다. 설정에 의문점이 없는 건 아니나 이야기로 그걸 적당히 비벼주어서 나름 볼만했다.

개중엔 따라올테면 따라와보라는 듯 배려없이 난해하게 써낸 것도 있었는데, 내용 자체는 단순한 편인데다 기시감도 많이 드는 것이어서 꼭 그럴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글로 만들어낸 카오스같은 부분이 꼭 필요해 보인다거나 전반과 후반을 그럴듯하게 이어주는 게 아니라서 더 그렇다.

SF보다는 판타지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이건 심지어 예전에 인기있었던 작품에서 진하게 영향을 받은게 보여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SF라고 할 수 있을법한 범주 안에서 소화하려고 한 노력은 칭찬한다.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톡톡튀는 아이디어나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의 클리셰나 작품들을 연상케하는 것들이 많아 신섬함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작가로서 완성해낸 것을 묶은 것이 아니라 아직 배우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일종의 습작이라고 생각한다면 감안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끝까지 읽고 싶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반절은 성공한 게 아닐까. 앞으로 더 나은 작품을 만나보기 기대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