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엔 가르셍(Etienne Garcin)’이 쓰고 ‘A. 단(A. Dan)’이 그린 ‘철학: 동굴 신화와 열 가지 에피소드(Philosophix: Le mythe de la caverne et autres histoires philosophiques)’는 철학적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낸 작품이다.

표지

대게 ‘만화’라고 하면 좀 더 쉬운 것, 일종의 즐길거리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순전히 표현적인 장점을 채택하기 위해서 만화라는 포맷을 선택했고 그것을 꽤나 잘 살린 편이다.

대신, 만화의 특정 장점을 가져오기 위해 그런 형태로 만들어진 것인만큼 보통의 만화가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연속적인 이야기나 연출 같은 것은 없는 편이다. 애초에 일관된 이야기가 아니라 철학적인 사상과 그것의 주요한 개념, 비유같은 것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만화라고 해서 가벼울거라 생각했다면 좀 생각 밖일거라는 얘기다. 그보다는 훨씬 더 진지하게 철학을 다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볼 만하다.

멋지게 그려진 그림을 내용에 걸맞은 잘 붙이기도 했다. 철학자는 물론, 이야기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장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작가 캐릭터가 마치 가상스튜디오를 누비는 전지적 해설자처럼 등장해 다큐멘터리같은 진행을 하기도 하면서 여러 내용과 그것들이 전환되는 것을 연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단지 철학 그 자체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영화같은 현대의 이야기들을 끌어와 사용한 것도 좋은데, 이것은 해당 철학적 사유가 또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에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만화라는 포맷의 특성 상 내용은 좀 많이 압축된 편인데, 무려 열개의 이야기를 실으면서 각각을 짧게 다루기 때문에 부분부분 아쉽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대신 글 위주로, 그렇게 많이 풀어내지 않은 문장으로 얘기하는데도 머리가 아프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