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케나, 그리고 솔섬 사진

원래는 ‘속섬’이라는 ‘솔섬’. 개발로 없어질뻔 했다는데,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의 사진 작품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 출사지로 남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담은 사진 중 하나인 김성필 작가의 ‘아침을 기다리며, 2010’로 대항항공이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란 광고를 했는데, 케나의 사진 전시회를 열던 ‘공근혜 갤러리’에서 위 작품이 케나의 ‘Pine Trees, Study 1, 2007’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하며 사진 저작권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Michael Kenna - Pine Trees, Study 1,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07 김성필 - 아침을 기다리며, 2010

왼쪽이 케나, 오른쪽이 문제된 김성필의 것이다.

논란이 되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모두 그럴듯하다.

사진 저작권 침해?

그런데, 솔직히 두 사진을 보고 같은 감성이 일지 않는다. 즉, 구도와 사진 내 솔섬의 모습이 비슷해 보이긴 하다만 표현하는바가 같은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까놓고 말해서 비슷하기로는 임채욱 작가의 ‘월천리 솔섬, 2010’이 더 비슷하지. 이것 역시 케나 것과 달리 녹색 하늘을 표현한 것이다만, 김성필의 것이 저작권 침해라면 임채욱의 것은 말할것도 없을 정도다.

Michael Kenna - Pine Trees, Study 1,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07 김성필 - 아침을 기다리며, 2010 임채욱 - 월천리 솔섬, 2010

왼쪽부터 케나, 김성필, 임채욱의 작품. 그냥 딱 봐도 임채욱의 것이 더 비슷하다.

그 뿐인가. 그 외에도 찾아보면 그런 정도로 비슷한 작품은 많다. 별 문제가 없을 개인이 찍어 자랑해논 블로그 사진들을 말하는게 아니다. 개중엔 작가의 작품도 있고, 공모전 입상작도 있다.

그런데 유독 대한항공에서 사용한 김성필의 것에만 저작권 소송을 한 이유는 무언가. 게다가 작가인 김성필 자신이 아닌 대한항공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 말이다. 그것은, 두 말 할것도 없이 돈이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대기업인 대한항공은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할 수 있는 상대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보면, 이전에 비슷한 건으로 문제삼았던 대상도 ‘삼성’이었지 않나. 난 이게 완전 속보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Pine Trees 시리즈의 작가 케나도 김성필의 작품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했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찍을 권리가 있고, 광고에 사용한 작품은 정말 멋지다고 말이다. 문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말이다. 법원의 판결도 그러했고, 나는 그것이 맞다고 본다.1

우회 사용?

그래서 다음으로 나온 얘기가 우회 사용 문제다. 즉, 대한항공에서 케나의 Pine Trees를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하고자 의도적으로 김성필의 것을 썼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케나의 작품을 쓰려고 시도했던 모양이고, 그의 작품으로 인해 알려진 이름인 솔섬으로 광고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미 케나의 작품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와 비슷한 작품을 골랐다고 할 수 있다.2

정황상 케나 작품을 분명 알고 찍은 광고다. 차라리 동영상으로 찍을것이지.. 쯧

그런데, 그게 지탄할 일인가는 좀 생각해봐야한다. 왜냐하면 앞서 이미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면, 유사한 작품 중에서 보다 마음에 들고 싼걸 고르는게 과연 비난받을 일일까.

혹자는 모조작이나 유사작이 원작의 가치를 날린다고 걱정한다. 만약 비슷한 사진들이 많이 있다면, 비싼 작가의 사진보다 싼것이 더 소비될것이기 때문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은 원작의 실제 가치가 그정도뿐이었다고 말하는것과 같다. 진짜 가치있는 작품은 쉽게 모사할 수도 없고, 모사한다고 해도 원작이 가치를 잃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흐는 밀레의 작품을 수없이 배꼈지만, 그게 밀레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렸나? 아니지않은가. 오히려 반대로 불필요하게 부풀려진 가격을 반성해야 하는건 아닐까.3

더 나가기엔 유사작 사용은 좀 조심스런 문제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면 유사 작품들 중 무엇을 사용할지 그 선택권은 분명 그걸 쓰려는 사람에게 있다. 솔직히, 흑백 작품인 케나의 것보다 컬러라 화려한 김성필의 것이 여행지 소개로는 더 적합하지 않나. 게다가 싸기까지 하다면, 나라도 싼 컬러 작품을 쓰겠다. 공근혜 갤러리 측도 그걸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정 사용’을 문제삼지 않고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한 것 아니었겠는가.

참고 링크

  1. 아직 2심 까지만 나온것으로 안다. 즉, 한번 더 재판을 치러 결과가 바뀔 수도 있다. 

  2. 개인적으로 ‘솔섬’이란 이름을 사용한것은 까일만한게 아니라고 본다. 광고 시점에는 이미 ‘솔섬’으로 더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이름으로 소개하는건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원래 이름인 ‘속섬’을 표기하지 않은것은 아쉬운 점이다만,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 이를 따지는것은 좀 우습다고 본다. 

  3. ‘예술은 사기’라는 말이 있다.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 역시 작품의 진짜 가치와는 상관없는 투기와 허세(이름값)에 따르기 때문이다. 큰 종이에 작은 점하나만 찍어놓고 그럴듯한 설명으로 휘둘러 고액에 팔아치우는 예술의 가치 결정 실태를 보면,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