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꽤나 흥미로운 호러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표지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딱히 소설집을 위해 작업된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꽤나 공통적인 경향성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다분히 크툴루적(또는 러브크래프트적)이라는 거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에 의해 정립되기 시작한 이 장르는 호러라는 것과 정체불명성이라는 특징을 갖고있다. 즉,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또는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답은 커녕 방향성 조차도 내비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이야기의 완결성적인 면에서는 뭔가 좀 이상하다, 중요한 게 빠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현실에서 분리하거나 대비하지 못해 그것을 온전히 맞닥뜨려야 하는 다른 차원의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도 꽤 그런 성격을 잘 담고있다. 내가 노력한다고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을 소재로 하고, 인간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에 맞닥뜨렸을때의 무력감을 느끼게 하며, 그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이 그렇다.

거기에 꽤나 사회적인 이야기를 섞은 것이 다른 러브크래프트적 이야기와 다르다면 다른 점 같기도 하다. 수록 단편들은 모두 인간의 통제 한계를 벗어난 것을 소재로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얘기하는 것은 인간적인 무언가다.

그렇게 되었으니 단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기 보다는 그 와중에도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며 상상을 뻗고 심지어 실처하려는 모습을 보이기에 꽤나 러브크래프트적이면서도 굉장히 사회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