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은 이야기의 구성과 메시지를 꽤 흥미롭게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책 소개를 보았다면 자연스럽게 다소 뻔한 소설을 예상하게 될 것이다. 매점매석이라는 어떻게보면 전통적인 시장경제체제의 문제점을 다루는 것인데다, 장기간 이어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얘기되고 소비되어온 팬대믹과 그로인한 마스크 사태를 핵심적인 갈등요소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재면에서는 좀 단물빠진 느낌을 풍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잡을 것이며, 이야기는 어떠한 흐름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중요했는데, 그런 점에서는 꽤나 훌륭했다고 할 만하다.

소설은 소개와는 달리 전혀 엉뚱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구속, 마약사범, 폭행사건 등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각각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번갈아가며 풀어내면서 적당히 숨기고 자르고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기냐며 궁금하게 만들어 다음 이야기 또 다음 이야기로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뒤로 가며 이것들이 이어지는 것도 재미다.

이런 대중소설적인 측면은 걸리는 것 없이 잘 읽히게 쓰여지는 문장과 만나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등장인물들에게 조금씩이라도 공감할 여지를 만들어 주어 그들의 행위에 나름의 핍진성을 느끼게 한 것도 좋다.

군상극을 통해 여러 문제를 담아낸 것도, 단지 한가지 문제만을 소설 내내 반복해서 비판하느라 오히려 피곤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게 하지도 않고, 각각의 문제를 잘 전달해 난잡하지 않으며,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로 여기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