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은 시가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주제들과 그 표현 방법, 즉 은유에 대해서 살펴보는 책이다.

표지

이 책은 본디 월간 ‘시와 표현’에 연재했던 ‘권두시론’ 24편을 다듬어 묵은 것이다. 원래 연재본 이었던 만큼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는데, 각 장은 그에 대해 간단하게 얘기를 하다가 거기에 적당한 시를 소개하고 그걸 파헤쳐 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시 해설서인 셈이다.

이는 또한 시가 얼마나 은유 덩어리인지를 보이고, 각 은유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나타내어 시에 은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그 예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책에서 예로 든 은유들은 꽤 어려운 편인데, 그건 시인이 시를 쓸 때의 상태나 시대 배경 등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걸 모르면 문장이 주는 느낌까지는 어떨지 몰라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작가는 ‘시는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를 거쳐 생각한 후 쓰는 게 아니라 몸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쓰는 것이라고. 나는 이걸 이론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게 아닌, 읽으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시를 써야 한다는 거로 이해했다. 그러려면 시는 비록 은유로 이뤄져 있되, 그게 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시가 다 그렇던가. 안 그런 것도 많다. 실제로 책에 수록된 시와 거기에 들어있는 은유들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오죽하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 ‘왜 시가 인기 없는 문학인지 알 것 같다’는 거였을까. 철학까지 겸비한 시인들의 생각은 너무 깊고, 그들의 은유는 너무 어렵다.

그러니, 은유는 시인의 딜레마가 아닐까. 잘 쓴 시는 은유도 대단하겠으나, 그게 대단하면 할수록 대중에게선 멀다. 대중에게 가까운 시는 좀 더 일상적인, 대중들이 보기에도 몸에서 꺼낸 시다. 거기에 있는 건 뛰어난 은유보다는, 순간의 번뜩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