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넘어지는 연습’은 유도인 조준호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첫 번째 에세이다.
조준호는 어떤 사람일까: 3등에 기뻐하던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동메달리스트. 유도 쌍둥이. 인문학책을 읽는 어린이 유도관 관장. 그리고 때때로 방송인.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잘 넘어지는 사람’이라고. 이 말은 많이 넘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넘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유도에서는 그렇게 넘어지는 방법을 ‘낙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도를 통해서 배웠던 낙법이 생각해보면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 말하자면 ‘인생 낙법’이다.
현대의 많은 사람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어떻게든 참아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센 바람에 강하게 버티면 꺾이고 부러지는 법, 사람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저자는 그렇게 버티다 크게 다치기보다 잘 넘어지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한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나면, 다시 또 잘 일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걸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가며 조금씩 풀어서 얘기한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고 그래도 다시 일어나 성취를 이룬 그이기에 자칫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 얘기가 그럴듯하고 또 멋지게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유도장에서 인문학책을 읽던 것도 방송으로 볼 때는 그저 재밌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왜 인문학책을 읽었는지 허풍 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자기 인생 경험을 쓴 에세이는 때론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곤 한다. 성공한 사람의 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크게보면 비슷해도 따지고 보면 또 각자가 달라서 비슷한 실패와 좌절을 겪었어도 누구는 끝내 성공하는가 하면 누구는 결코 실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성공한 자의 이런 에세이는 자칫 ‘난 성공했지롱’하는 자기 자랑처럼 들릴 수 있다. 심지어 거기에 어떤 ‘백’이 있었다면,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실패해도 일어날 수 있는 건 부모의 든든한 ‘돈’이었던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조준호의 이야기엔 그런 불편함이 없다. 부유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주변에 흔하고 나와도 비슷한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 같아 오히려 살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야기도 가볍게 보기도 좋고, 공감도 잘 되는 편이다. 글도 꽤 잘 써서 재미도 있고,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는 찌질한 모습엔 웃기는 한편 왠지 모를 위로도 받는다.
어떤 인생의 교훈이나 진리를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때론 웃으며 가볍게 읽으면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