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카노(Sara Cano)’가 쓰고 ‘에우헤니아 아발로스(Eugenia Aalos)’가 그린 ‘어쩌다 대통령(Presidenta Por Sorpresa)’은 우연한 사고로 대통령이 된 10대를 통해 정치란 무엇인가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정치에 대해 다룬 것이지만 이 소설은 딱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놓고 가상의, 조금은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다. 당장 이야기의 배경인 자작나무의 나라 ‘베툴리아’부터가 그렇다 무려 나라에 뿌리내린 자작나무에 의해서 지탱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지상의 인공섬 같기도 한, 땅덩이도 작(아보이)고 인구수도 적은 이 나라는 법이나 문화마저도 독특하다. 그 중 하나가 선거법으로, 무려 나이, 인종, 성별,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든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법이 제정될 당시 인구수가 극히 적어서 그랬다는데, 아직도 개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후에도 딱히 그렇게 인구가 늘지는 않은 모양이다. 덕분에 아직 세탁기도 에코모드로 돌릴 줄 모르는 13살 소녀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이야기를 보다보면 그 밖에도 이 나라에는 별의 별 이상하고 황당한 법들이 많다. 그것들이 더욱 이 이야기를 판타지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좋은건 그게 이야기를 그저 황당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이끌어준다는 거다. 만약 이걸 어떻게든 현실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다면 오히려 억지스러워졌을텐데, 생각해보면 참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법은 분명 단순한 장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음’을 강제하는 효과는 확실해서 자연스럽게 자질구레한 배경 설정은 뒤로한채 ‘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될까’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거기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도 나름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

소설 안엔 (말 그대로 소설속에서나 나올법한) 어린천재도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마르타는 그들과 달리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10대로 만든 것도 좋았다. 그게 마르타의 이야기에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게도 해줄 뿐더러, 이야기에도 잘 맞는다. 마르타는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10대라서 할만한 짓을 벌이며, 10대답게 주변에 쉽게 휩쓸리거나 하기도 하는데, 만약 마르타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면 그런 장면들은 꽤나 어색하게 느껴졌을 거다.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는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 마르타는 대통령 직을 수행하며 시행착오를 거쳐 정치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평범한 소녀였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과장되긴 했지만 루피안 부자는 은근히 뼈아픈 풍자여서 의외로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유쾌한 이야기 속에 담은 주제도 좋아서 자연스럽게 진정한 정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동화같은 이야기가 남기는 교훈은 뻔하다면 뻔하고 식상하다면 식상한 것이긴 하다만 그걸 알고 추구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기에 나쁘지 않았고, 딴세상 같았던 대통력직에서 학생이라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마무리도 소설이라는 판타지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독자의 모습과 겹쳐져 꽤 좋은 여운을 남기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