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 문제를 흥미롭게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딱히 정확한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꽤나 정확하게 특정년과 월, 특정 장소까지 집어서 얘기를 하기는 한다만 그렇다고 정확하게 그러한 역사적 사실이 있었기에 그걸 알리는 역할도 할 겸 반영해 담아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기는 커녕 여러 구체적인 것들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오히려 현실감을 잃고, 저자가 온전히 창작해낸 가상의 사건을 다룬 것이라는 게 점점 확실해진다. 소설의 현재를, 과거나 현재가 아닌, 조금 후의 미래인 2025년으로 설정한 것도 거기에 한 몫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꽤나 그럴듯한 현실감, 역사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데, 그건 소설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완전한 허구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가장 큰 소재인 강제동원희생한국인이라는 것도 그렇고, 지금 현재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다소 황당한 음모론같은 설정인 일본인 납북 문제 역시 그렇다. 이것들은 엄연히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의 한 측면이기 때문에, 다분히 소설적 이야기에 맞게 변형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큰 틀은 같기 때문에 역사성을 느끼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한 덕분에 실제 역사를 잘못 전달하게되는 왜곡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면서, 그러한 역사가 알게하는 사실이나 사유같은 것은 유지하고, 자유로운 이야기 전개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꽤 큰 장점이다.

두가지의 납치 사건을 다룸으로써 일종의 미스터리 요소를 넣은 것 역시 좋아서, 크게 보면 꽤나 단순한 흐름이라 할만한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따라가게 한다.

작가는 전작들에서도 한국 사회나 역사를 다루는 시도를 했었는데, 판타지나 SF 같은 요소를 사용했을 경우 그것 자체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다보니 전체적인 만족감도 적다는 단점을 보였었다. 대신,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는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였는데 이 소설 역시 나름 현실적인 기반하에 올려진 것이라서 그런지 꽤 괜찮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문장이 썩 좋지는 않아 읽을 때 때때로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문장의 시작과 끝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의, 그래서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여전히 여럿 나온다는 것은 다수의 작품들을 써낸 작가의 최신작으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