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패밀리’는 참 가족과 참 우정을 주제로 풀어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세은’이는 엄청나게 민감한 상태에 놓여있다. 아빠가 하던 일은 망해서 작은 집에서 쪼들리며 살아야 하게 된데다, 신경적으로 변한 엄마와 귀찮은 동생에게 부대끼고, 학교에서마저 ‘사라’라는 불편한 친구와 자꾸만 마주치기 때문이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거기에 바퀴벌레까지 나타나 온 정신을 뒤흔든다. 때려 잡으려고도 해보고 약도 숨막힐 정도로 뿌려보지만 도통 사라지지 않는 이놈의 검은 불청객. 그런데 놀랍게도 그 불청객이 등장하면서부터 막혀만 있는 것 같던 관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꽤나 현실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 때론 짜증이 치밀어오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외로 큰 사건이나 굴곡은 없으며, 마무리 역시 나름 해피엔딩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귀여운 이야기라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점은 꼭 장점이지만은 않아서 이야기가 너무 무난하고 평이하다는 생각도 들게한다. 딱히 갈등이라 할만한 게 없어서다. 소식 없는 아빠, 엄마나 동생과의 부대낌, 문제아 같은 사라, 심지어 님비 문제까지 여러가질 다루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다. 그나마 꼭 필요한 가족 사이의 일들도 갈등이 얕다보니 그걸 풀어내는 계기나 과정 역시 가볍고 단순해졌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주려고 했던 메시지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느끼기는 어렵다. 분명 그런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맞으나, 다른 이야기에 비해 딱히 두드러지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마치 일상을 그린듯한 온도를 지닌 이야기는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작은 것 하나에도 크게 실망하거나 감동하는가 하면, 별거 아닌 일로도 소원해졌다 돈독해지기도 하고, 때론 화내고 싫다고 하면서도 가족이 계속 함께하기를 원하는 마음 같은 것은 누구든 한번 쯤 해봤거나 하고있는 것들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