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킹즈’는 중세스런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생각보다 익숙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워낙에 로맨스와 판타지가 조합된 소위 로판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류라 할 수 있는 중세스런 서양 판타지 느낌의 로판이라서 더 그렇다.

소재도 마찬가지여서, 창세 또는 건국에 얽힌 신화라든가 그와 얽힌 신비한 힘,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거의 없어져 일부만이 갖고있다는 것 같은 것도 상당히 클리셰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도 그렇다. 사생아라는 출신, 그렇지만 정당하다 할만한 혈통 역시 물려받았으며, 그 때문에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노골적인 무시와 왕실을 둘러 싼 음모 뿐,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어서 혈혈단신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런 기본 설정도 꽤나 익숙한 것이다.

이렇게 (괜찮고 무난하기에 자주 써서) 익숙한 것들을 조합했으니 그럼 평타 이상은 하는 이야기냐 하면, 그건 좀 애매하다. 잘 몰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첫인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바뀌고, 그게 다시 반전되서 호감이 된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쁜게 아니다. 이런 뒤집기 기술은 작가가 캐릭터를 다르게 재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다, 캐릭터 자체도 단순하지 않게 만들어줌으로써 이야기도 좀 더 뒤엉킨, 그래서 예상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뒤집히기에 합당한 과정과 이유는 분명하게 납득할 수 있도록 그려야만 한다. 예를 들면, 사실은 오해였다는 식으로 말이다. (지겹지만, 줄기차게 쓰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변화는 그 속도가 쫌 너무 빠르다. 과정 자체가 그럴 뿐 아니라, 그 전에 마땅히 그럴만한 캐릭터라는 복선이 깔리는 것도 아니라서 갑작스러워 보이고 잘 납득이 안된다. 그래서 로맨스 쪽으로는 좀처럼 몰입을 할 수가 없다.

이야기의 전개랄까, 그런 진행 밑에 깔린 기본 설정 같은 것도 그런 면이 있다. 애초에 아무런 추종세력도 없이 여러 왕의 위에 서는 엽합국의 여왕에 올라선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최소한 꼭두각시로 이용해 먹으려는 세력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 그래서 모두의 노골적인 무시와 협박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하는 짓이라곤 꽤나 온건한(?) 짓 밖에 없다는 것은 좀 우습기도 하다. 왕실의 암투라는 게 이렇게까지 온건한 거였나.

주인공의 심정과 행동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관념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분히 활용해서 상황을 해쳐나가는 것도 아니고, 주도적이지도 않고, 결단력이 있다거나, 하물며 순수하거나 착한 것도 아니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자꾸 멈칫하게 된다.

좋게 본다면 현실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부정적으로는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처럼도 보인다.

부가적으로 문장도 좀 아쉬웠는데, 번역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자가 서양 소설 플랫폼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한국어 문장이 좀 어설픈 번역본같은 느낌이 있다. 캐릭터성과 안맞는 대사는 좀 깬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