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은 소녀 첩보원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어린 소녀들을 첩보원으로 쓰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소녀들이 갖고 있는 육체적인 한계, 사회적인 위치, 그로인한 만들어질 수 있는 빈틈 등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효율적인 첩보원은 없겠다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을 자원으로 보고 논리적으로만 생각한 것일 뿐, 그 소녀들도 사람이는 것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 언니고, 누나이며, 또 동생이기도 하다는 것을 망각한 생각일 뿐이다.

심지어 첩보원, 그러니까 간첩은 적진에 깊게 침투하여 동화됨으로써 그들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한다는 특성상 적군에게 요주의 인물일 뿐 아니라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무리)에게까지 끊임없이 신뢰 문제를 증명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양쪽 진영 모두에서 반기지 않는 제3세력에 가까운거다.

소설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다양한 이유로 소녀 첩보원, ‘래빗’에 들어오게 된다. 누구는 일제의 강점을 겪은 후 강화된 애국심을 이유로, 또 누군가는 전쟁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가족의 복수를 위해, 혹은 일의 대가 때문인가 하면, 어쩌면 단지 고아가 되었다는 이유로 쉽게 쓸만하단 상층부 사람들의 판단으로 임의 배정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그런 소녀들 중 일부를 조명해서 그들의 험난했던 삶과 전쟁을 꽤 잘 그려냈다.

단지 ‘소녀 첩보원’이라는 역사적인 소재에만 기댄게 아니라 조금씩 서로 다른 입장과 선택을 그려낸 것도 좋고, 완전히 창작해낸 이야기에 가까우면서도 실제였더라도 어색하지 않을법한 서사를 들려주는 것도 역시 긍정적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