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리브(Philip Reeve)’의 ‘철도 네트워크 제국 1 - 레일 헤드(Railhead)’는 우주를 달리는 기차가 등장하는 SF 소설이다.

표지

책의 제목인 ‘레일 헤드’는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을 기차를 타고 우주를 달리는데, 특히 K-게이트라는 특별한 문을 통과함으로써 1만년도 넘게 걸릴 장소에 있는 다른 행성으로도 눈 깜빡할 사이에 이동할 수 있다.

딱히 비행선이나 우주왕복선이 없는것도 아닌데 이렇게 행성간 여행에 기차를 사용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이 K-게이트를 기차로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 속 세계는 기차가 달릴 수 있는 철도를 중심으로 사회가 발전했고, 그 철도 네크워크를 소유한 황제가 제국을 세워 다스린다.

우주 기차 외에도 책에는 드론이나 다양한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케 해주는 헤드셋 등 현재의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월등히 뛰어난 기술들도 여럿 나온다. 하지만, 성간 여행은 기차로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묘하게 SF와 복고가 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행인건 이 과거-현재-미래가 뒤섞인 듯한 배경이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과 모토릭(안드로이드), AI 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전체 흐름도 나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사연도 꽤 흥미로웠다. 다만, 가장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지 주변사람들에게 휘둘릴 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그럴거면…’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주인공인 ‘젠 스탈링(Zen Starling)’이 10대 청소년이라 그런 것이기도 하다.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그의 능력에는 한계가 분명해서란 얘기다. 하지만, 본업이 좀도둑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의 생각이나 행동도 많은 부분에서 썩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소설속의 용어들을 단순히 소리나는데로 쓴 것도 조금 아쉬웠다. 개중에는 은근히 비유하는 것도 있고 재미있게 변형해서 쓴 것도 있어 보였는데, 그런것들이 다 없어졌기 때문이다. 용어나 이름 정도는 병행표기 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철도 네트워크 제국 시리즈(Railhead Trilogy)는 정말 기대했던 작품이고, 그랬던만큼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그만큼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보는 아직 끝난게 아니다. 2권 블랙 라이트 익스프레스(Black Light Express)도 있고, 3권 스테이션 제로(Station Zero)도 곧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1 기본이 되는 설정과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이 후 주인공이 또 어떤 모험과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1. 3권은 현지에서 2018년 5월 출간 예정이고, 2권은 2016년 출간되었으나, 한국어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