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도루마 슌(目取眞 俊)’의 ‘무지개 새(虹の鳥)’는 1995년 오키나와의 풍경을 그린 사회 소설이다.

표지

주인공의 직업이나 그런 상황에 이른 과정, 그리고 무지개 새를 찾는 심리적 상태 등 전체적으로 꽤나 우울하다. 가까운 현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지만 다분히 디스토피아적이라는 얘기다.

소설은 미군이 들어와있는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그들이 저지른 짓으로 인해 벌어지는주민들과의 마찰이라던가, 그로부터 빚어지는 사회 모습 등 시사적인 이야기들도 담았다. 얼핏 큰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주인공 가족과도 여러가지 면에서 관련이 있어서 모든 이야기들이 큰 그림에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사건을 두고 내뱉는 일본인들의 여러 심정이나, 미군과 기묘한 관계를 맺고있는 오키나와민의 이야기를 통해 모순적인 심정 등을 그려내기도 했으며, 그러면서 미군과 전혀 상관없는 일본인들만의 관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리기도 했다. 미군과 별 다를 바 없는, 어떻게 보면 훨씬 더 심한 짓들을 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그들이 미군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과 겹쳐지면서 묘한 비꼬기 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그 일들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자기 연민과 합리화를 보이는 주인공까지 있어 어쩌면 한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일본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이다만 한국 사람으로서도 썩 낯설지가 않은데, 그건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생각보다 감정입도 하게 만든다. 굉장한 사회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그 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켰는데, 일본만 봐도 그 후 2003년, 2005년, 2007, 2008년 계속해서 성폭행 문제가 붉어졌다. 그런데도 미군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저절로 씁쓸한 표정을 짓게 된다. 한국도 (어쩌면 일본보다 더) 그래서 더 그렇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무지개 새 일화를 얘기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 됐던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 결말을 희망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는가보다만 내게는 죽음이 아니고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어떤 수렁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미군의 얘기를 뺀 가쓰야 개인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암울한 이야기는 거기서 대체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