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그녀 자신과 당대 사회의 모습들을 정리해 담은 책이다.

표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소재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명세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내 안에서의 그녀의 크기라고 하는 편이 더 옳겠다. 설사 그녀가 사회적으로 유명하지 않았더래도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건 그녀의 추리 소설들을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마치 현실 위에서 펼치는 듯한 이야기는 절로 소설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알게 해준다. 실제로 그녀가 작품을 진짜 존재하는 장소 위에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써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묘사를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는 어떤 인물이며 영국은 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현실을 반영했던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거꾸로 당시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주는 거다.

저자는 당시에 무슨 사건이 있었고, 또 어떤 의식이 널리 퍼져 있었는지 등 하는 역사적인 내용과 그녀의 작품 속 어떤 부분이 그런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를 잘 엮어서 소개한다. 책 제목만 봤을때는 그녀의 작품에 대한 얘기가 주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이 책이 문학이 아니라 역사 관련 책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인용 부분은 짧게는 한마디 대사일 수도 있어서 각각엔 모두 출처를 달아두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이 영문판이나 영어 기사를 원본으로 하고 있어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 큰 도움은 안된다. 그래도 논문처럼 출처를 명확히 하는 것은 책의 성격상 중요한 점이다. 때로는 이를 소홀히해서 잘 신뢰할 수 없게 하는 책도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좋다.

역사, 그것도 영국의 역사를 다뤘다고 해서 어렵거나 하지도 않으며 소설 이야기와도 잘 섞어서 읽기도 좋다. 역사나 소설 어느 한쪽만 알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볼 만하다.

주의할 점이라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폭넓게 다루다며 분석하다보니 주요 요소나 전개, 반전 등에 대한 스포일러도 꽤 담겨있다는 거다. 그녀의 작품이 수십권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 다 읽지 않은 사람도 많을텐데, 자칫 보려던 책에대해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