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접합 전문가’는 색다른 이야기를 다룬 단편 10개를 수록한 소설집이다.

표지

과학이 발전한 미래를 그리는 SF는 인간의 욕심과 그로인해 반복해온 과거의 역사 때문에 부정적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과학이 인간의 안좋은 면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이 많다.

그런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도 잘 보면 SF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암울한 사회를 그린게 있는가 하면, 그와는 조금 다르게 암울한 인간군상을 그릴때 이를 더 깊게 풀어내기 위해서 SF적인 상상을 사용하는 것도 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SF라는 장르가 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보다는 묵직한 주제의식이 느껴지는 것이 더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일부러 착각하기 쉽게 이상한 이름을 쓴것도 그렇고, 문장도 조금씩 걸리게 쓴데다가, 이야기 자체도 그렇게 쉽지는 않아서 조금 꼬거나 철학적인 내용이라도 나오면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나름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개중엔 나름 어려운 과학 이론을 가져다 쓴 것도 있다. ‘SF 이론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는 좀 과장된 것 아닌가 싶다.

이 단편집의 장점은 수록작들이 하나 하나 개성적이라는 거다. 거기에 담긴 SF적인 상상력도 상상력이거니와, 그걸 통해 전하려는 이야기도 역시 그렇다. 인간이 아닌 인물들이 등장해 인간들을 은근히 비꼬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볼만했고, 그런 그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묘한 울림이 있었다. 왜, 점점 더 인간성이 없어지는 시대지 않은가.

이야기를 진득하게 풀어낼 수 없는 단편집인데도 잘 읽히지 않게 쓴 건 그리 취향이 아니고, 상상력 가득한 SF 세계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 볼만한 소설집이었다.